Project Description

돼지 꼬리 맛 보셨어요?

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상꼬리집

외식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며 조금 더 특별하고 세련된 공간을 추구하는 가게들이 많 아졌다. 그러다보니 골목 어귀, 형광등 하나가 인테리어의 전부인 고기집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옛 향수에, 젊은 세대들은 호기심에 다시금 80년대 소위 ‘깡통집’으로 불렸던 연탄불 고기집을 찾고 있 기 때문이다. 사상꼬리집은 그 중에서도 가장 80년대스러운, 그러면서도 특별한 재미가 있 는 곳이다.

Editor & Photo 황정호

빨간 불꽃을 날름거리며 달아오른 연탄불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 사상꼬리집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 있다고 해서 ‘사상’에 ‘꼬리’가 주 메뉴 라서 ‘사상꼬리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 작고 허름한 고기집은 미처 해가 지지 않은 오후 5시부터 문 앞까지 테이블을 내 놓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깔끔한 공간을 예상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상꼬리집의 풍경은 1980년대 고기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사실 재현했다는 표현보다는 원래 그렇다는 것이 더 적당 할 듯싶다. 벽은 페인트조차 칠하지 않은 날것의 시멘트 마감 그 대로에, 조명은 흐릿한 형 광등이 전부,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연탄의 구멍 속 불길뿐이다. 피어오르는 연기도 사방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전부일 정도다. 깡통이라 불리는 둥근 테이블에 간이 의자가 이 공간을 채운 인테리어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지인의 손에 이끌려, 혹은 입소문에 혹해 온 사람들은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주춤거리며 자리에 앉는다. 게다가 돼지꼬리라니, 여성들에게는 다소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메뉴가 아닐 수 없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연인끼리 온 듯한 테이블이 적지 않다. 고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것도 특 이한 풍경이다.

사상꼬리집은 1980년대 야구 스타 최동원과 선동렬의 라이벌 경쟁을 소재로 한 영화 ‘퍼펙 트게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덕분에 투박한 시멘트 벽 곳곳에는 ‘퍼펙트게임’의 한 장면과 배우들의 사진이 조악하게 장식돼 있다. 연탄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요긴하게 쓰였던 연탄 집게와 연탄 특유의 매캐한 가스 냄새가 공간이 풍기는 분위기를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곳, 메뉴의 종류도 간단하기 이를 데 없다. 고기를 싸먹는 간단한 채소류와 독특한 빛깔의 소 스, 콩나물 국물이 고작이다. 하긴 고기집은 고기만 맛있으면 최고라고 했던가. 일단 삼겹살 과 대표 메뉴인 꼬리를 시켜봤다. 주문을 하며 보니 가격대비 나오는 고기의 양이 꽤 많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박리다매’라고 한다. 하지만 고기와 꼬리의 품질만은 최고를 고집하고 있다. 슬며시 카메라를 내밀어 촬영을 하니 직접 꼬리를 손질하는 모습, 삼겹살을 초벌구이 하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공개한다.

숙성 방법은 영업 비밀, 식감까지 고려했다.
사상꼬리집이 문을 연 것은 이제 6년째 접어들고 있다. 외형에 비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 았다. 주인인 장일석 사장은 사상꼬리집의 영업 철학을 옛 방식 그대로 다만, 맛과 친절은 최상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머릿고기나 꼬리는 옛날부터 뒷고기라고 해서 별미로 치는 부위거든요. 특히 돼지꼬리는 움직임이 많은 부위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죠. 얼마 전까지는 통으로 잘라 나갔는데, 여성 분들이 보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뼈를 발라내는 불편함이 있어 이제는 제가 직 접 뼈를 발라서 먹기 좋게 손질해 나가고 있어요. 꼬리의 특징이요? 여성들 피부미용에도 좋고, 일단 식감과 맛이 일품이죠(웃음).”

실제 뼈를 발라낸 꼬리에는 약간의 오돌뼈가 붙어있고 지방이 없어 특이한 식감을 자랑하고 있다. 일반적인 돼지껍데기가 말랑한 식감뿐 이라면 오돌뼈 덕분에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삼겹살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초벌로 나오는데, 이 역시도 식감이 최상인 두께를 사장이 여러 번의 실험 끝에 찾아낸 것이라고 한다.
“꼬리와 고기는 최상급으로 직거래를 통해 들여오고 있어요. 그리고 하루 정도 약재 등을 섞어 저희만의 비법으로 숙성을 하죠. 그리고 매콤하게 맛을 낸 소스도 함께 내가는데 자세한 것은 말씀드리지 못해요. 역시 영업 비밀이거든요(웃음).”

사상꼬리집에는 특이한 불문율이 있다. 찾는 이가 누구든 무조건 술 한 병은 함께 시켜야한다는 것. 박 리다매 탓에 고기에서 남는 이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밥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고기의 양 만큼은 업계 최고를 자부한다고. 다행히 밥 대신 ‘된장라면’이 제공되는데, 후식 겸 고기의 느끼함을 덜어주는 서브 메뉴로 만든 것이 때로는 더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연탄불 위에 지글거리는 꼬리를 놓고 소주잔을 마주할 때만큼 진솔한 이야기가 나오는 자리가 또 있을까? 술 한 잔은 고기 한 점을 부르고 다시 고기 한 점은 술 한 잔으로 이어 진다. 사상꼬리집의 밤은 그렇게 열기를 토해내는 연탄불과 함께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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