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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에 구워먹는 쭈꾸미, 들어보셨나요?

부산에서 시작된 ‘희야네 석쇠쭈꾸미’ 본점을 가다

맛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것 하나는 남과 다른 차별성 이다. 부산에서 불과 1년 전 시작돼 전국 각지에 가맹점을 내고 있는 ‘희야네 석쇠 쭈꾸미’의 가장 큰 무기 역시 차별성이다. 처음에는 ‘매운 쭈꾸미’라는 말에 시큰둥 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일 단 직접 맛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참 좋은데 뭐라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 끝에 이제는 전설이 된 코미디언의 한 마디를 빌려본다. “일단 한 번 와보시 라니까요~”
Editor & Photo 황정호

꽤 늦은 시간에 밤기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찾은 서면 부전동 ‘희야네 석쇠쭈꾸미’ 본점의 풍경은 마감을 준비하고 있는 여느 음식점들과 달랐다. 마치 한창 손님이 몰아닥치는 퇴근 무렵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북적 이는 내부는 구수한 숯불 냄새가 배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숯도 쓰지 않는 집이다. 한쪽 귀 퉁이에는 뭐라 딱히 갖다 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는, 독특한 모양의 불판이 있다. 일단 분위 기는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메뉴판을 보니 고민할 것도 없다. ‘행님, 여기 쭈꾸미 퍼뜩 내 오소’

미술교사 아내와 치기공사 남편의 합작품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의 표정은 다르다고 했던가. 1년 3개월 전 ‘희야네 석쇠쭈꾸미’의 문을 처음 열었다는 김진광 사장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결혼 8년차, 애처가 남편은 아 내의 이름을 따 상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쭈꾸미였을까? 의뭉스레 웃던 김 사장이 사연을 털어놓는다.
“사실 저는 치과 기공사로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아내는 미술교사였고요. 둘 다 쭈꾸미를 좋아해 집에서도 자주 먹곤 했죠. 그런데 쭈꾸미 요리는 서울도 그렇고 철판에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잖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그렇게 먹다가 어느 날엔가 좀 다르게 먹어보자는 생각 에 직화로 석쇠에 구워 요리하는 방법을 시도해 봤어요. 그런데 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그 래서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됐죠.”
처음 시작은 부산 양정에 15평 남짓한 작은 가게를 여는 것이었다. 서면으로 이전한 것은 지난 2012년 9월 즈음이었다. 하나 둘 오기 시작한 손님은 단골이 되고 다시 단골이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렇게 하나뿐이던 ‘희야네 석쇠쭈꾸미’는 태화와 서면에 하나 씩 직영점을 냈고 현재는 무려 27개의 가맹점이 전국에 문을 열었다. 그 모든 것이 단 1년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한번 찾은 고객들이 ‘신기한 쭈꾸미가 있다’며 페이스 북과 카톡으로 공유를 하기 시작하고 소문이 났죠. 입소문이 참 무섭더군요. 그런데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나자 저희 노하 우를 모방한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프랜차이즈는 생각도 안했지만 가만히 있으면 가 짜가 원조행세를 하게 될 상황이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맹점을 내기 시작한 거죠.”

보기에도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희야네 석쇠쭈꾸미’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에둘러 묻지 않고 돌 직구를 날리자 잠시 뜸 을 들이던 사장이 천천히 입을 연다. 그 첫 번째 비결은 초벌 직화구이로 불 맛이 깃들게 하는 것. 실제로 입구 옆 화로에서는 석쇠 위에 하얀 쭈꾸미가 가지런히 놓여 불세례를 받 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양념이라고 할 수 있다.
“쭈꾸미는 물을 굉장히 많이 머금은 해산물이에요. 보통 양념을 입히면 곧 흘러내리고 스며들지 않죠. 불을 지피고 있으면 특히 더 그래요. 관건은 양념이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죠. 그게 참 힘들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양념 제조법은 저희만의 영업 비밀입니다(웃 음).”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세 번째 비결은 앞서 언급한 독특한 형태의 불판이다. 먹음직스럽게 양념이 되어 구워진 쭈꾸미는 ‘오와 열을 맞춰’ 불판 위에 얹어 나온다. 가스불이 계 속 지펴지고 있지만 이상하게 타지 않는다. 묘한 것은 첫 맛과 중간 맛, 끝 맛이 다르다는 점이다.
“제가 의도한 게 그거에요(웃음). 약한 불에 올려놓고 처음 먹을 때는 야들야들한 식감이거든요. 처음 오는 손님들은 생소하니까 덜 익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에는 그 맛으 로 먹는 거예요. 그렇게 술 한 잔 씩 주고받으며 먹다보면 쭈꾸미에 수분은 빠지고 양념이 스미면서 식감이 쫄깃하게 변해요. 그게 중간 맛이죠. 한참 먹다보면 마지막에는 꼬들꼬들 해지고요. 하나의 쭈꾸미로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거죠.”
마요네즈를 찍어 먹는 것도 특이하다. 이것도 무심코 그냥 해보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언뜻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맛집에 비해 들인 공도 노력도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는 질 좋은 쭈꾸미 맛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모를 때의 이야기다.
“저희 쭈꾸미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종류에요. 단가도 비싼 대다가 육질 자체가 틀리죠. 어디서 수입 하냐고요? 그것도 영업 비밀이에요(웃음). 한 가지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건, 아무리 유사한 방식으로 모방하는 가게들이 생겨나도 쭈꾸미 자체가 다르니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없다는 거죠.”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쭈꾸미가 오돌오돌하게 변신했다. 술 한 잔에 한입 가득 쭈꾸미 를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함 속에 부산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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